수전 손택의 글은 가 처음이었다.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어떻게 이런 관점으로 볼 수 있을까. 놀랐다. 그리고 ‘사진’이라는 매체에 대한 내 생각도 영향을 받았다. 그녀에게 설득된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그녀는, 치열하고 지적이지만 같이 이야기 하면 나의 저열하고 세속적인 속성을 들켜버릴 것 같아 대화는 꺼리게 되는 그런 ‘분’이었다. 암과 투병하며 질병에 관한 글을 썼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도 ‘대단하다’는 생각 한 편에, 가까이 하기엔 가슴으로 너무나 먼 존재였다. 그러다 무슨 책을 샀는지는 모르겠으나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책갈피를 사은품으로 받게 되었고, “사람은 ‘무엇’에 대해서든 철학을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서 사랑에 빠지면 사랑이 뭔지 생각하기 시작하잖아요." 라는 문구에 끌려, 이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