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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택의 글은 <사진에 관하여>가 처음이었다.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어떻게 이런 관점으로 볼 수 있을까. 놀랐다. 그리고 ‘사진’이라는 매체에 대한 내 생각도 영향을 받았다. 그녀에게 설득된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그녀는, 치열하고 지적이지만 같이 이야기 하면 나의 저열하고 세속적인 속성을 들켜버릴 것 같아 대화는 꺼리게 되는 그런 ‘분’이었다. 암과 투병하며 질병에 관한 글을 썼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도 ‘대단하다’는 생각 한 편에, 가까이 하기엔 가슴으로 너무나 먼 존재였다. 그러다 무슨 책을 샀는지는 모르겠으나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책갈피를 사은품으로 받게 되었고, “사람은 ‘무엇’에 대해서든 철학을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서 사랑에 빠지면 사랑이 뭔지 생각하기 시작하잖아요." 라는 문구에 끌려,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파리와 뉴욕을 오가며 인터뷰했던 내용을 그대로 옮긴 형식이라는 점에서 안심하고 책을 펴들었다. 다른 누군가에 의해 말이 편집된다는 것은 언제나 왜곡의 가능성이 있다. 인터뷰 전문을 그대로 읽어도 역시, 나 자신의 생각에 의해 왜곡되어 이해될 수 있지만, 그건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니 어쩌겠는가. 아무튼 그녀, 수전 손택은 내가 상상했던 모습보다 훨씬 강렬했다. “독서는 제게 여흥이고 휴식이고 위로고 내 작은 자살이에요. 내가 모든 걸 잊고 떠날 수 있게 해주는 작은 우주선이에요”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독서량을, 게다가 문장 하나하나와 생각을 모두 흡수해서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고 동화하며(혹은 통렬히 비판, 반대하며) 지내온 시간을 느낄 있었다. 잠이 오지 않는 새벽 시간이면, 양을 세는 대신 독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모은 문학 선집의 리스트를 만든다고!!더 놀라운 것은 글쓰기에 관한 태도다. 온갖 충동의 시스템 전체를 필사하는 일이며, 온몸에서 글이 샘솟는다는 말에서 ‘리스펙트’라고 자막을 넣어주고 싶었다. 무언가에 관해 글을 쓰고 나면 자신은 그 영향들을 완전히 소진해버리고, 거기를 출발점으로 반박하고 다른 대안들을 시도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했다. 절대 같은 강물에 발을 씻을 수 없다는 건 머리로만 이해했는데, 그녀는 정말 그런 삶을 살았나보다. 그래서 야심만만하고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싶기 때문에 캘리포니아보다는 뉴욕에 사는 것을 선호하노라고, 다만 캘리포니아(자연- 정상적으로 죽고 사는 것을 접할 길-이 있는 곳)에 접근성이 있어야만 한다는 분에서 참 분명하게 자신을 알고 있고 솔직하게 표현하는구나 생각했다. “내가 원하는 건 내 삶 속에 온전히 현존하는 것이에요.”“살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질병과 공범이 될 수도 있어요.” 나의 짧은 독서는 가끔 정희진님의 글을 읽으며 수전 손택을 생각하곤 했는데, 두 분은 결이 다르시다. 수전 손택은 글에 자신을 빌려는 주지만 드러내기를 극히 꺼리는 타입이라면 정희진님은 그런 의식을 굳이 하지 않으신다. 내 인상일 뿐. 아무튼 나는 이 책을 덮으며 수전 손택의 <은유로서의 질병>을 장바구니에 클릭하고 있다.
파리와 뉴욕에서 수전 손택과 함께한 시간35년 만에 완전히 공개된 마흔다섯 살의 인터뷰1978년은 수전 손택에게 특별하다. 전해인 1977년 역작 사진에 관하여 를 출간해 한창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었고, 1974년 유방암 선고를 받고서 수술과 투병으로 보낸 2년여 동안 구상한 또 다른 역작 은유로서의 질병 이 출간된 해이기 때문이다. 1978년 수전 손택은 정확히 마흔다섯, 이를테면 사십 대의 절정에 이르렀고, 그간의 신념과 저서 그리고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는 일은 죽음을 관통해 생의 한가운데로 돌아온 그녀에게 남은 생의 방향을 잡는 일이 될 터였다. 그래서 수전 손택은 이즈음의 한 인터뷰에서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앎을 얻었지만, 또한 지금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희열을 느낀다 고 말하며, 자신에 관한 가십거리 담론이 싫어서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깊은 속내를 털어놓았고, 그럼으로써 ‘살아 있음’을 재확인/재증명했다. 요컨대 인터뷰를 통해 그는 자기 삶의 전권이 여전히 자신에게 있음을 말하고 있었다. 수전 손택의 말 은 이런 수전 손택이 1978년 [롤링스톤]과 가졌던 인터뷰를 오롯이 담은 책이다. 다양한 매체의 인터뷰를 엮은 것이 아니라, 하나의 긴 인터뷰를 원래의 호흡대로 담았다. 인터뷰에서 수전 손택은 자신의 책들의 내용과 표지에 관한 소소하고 즐거운 에피소드를 늘어놓을 뿐 아니라, 카프카, 베케트 등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 빌 헤일리 앤 더 코메츠, 척 베리 등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 그리고 글쓰기에 관한 지론은 물론이고 파리와 뉴욕 등 자신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는 도시들에 관해서도 서슴지 않고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문학, 영화, 음악, 사회, 성, 사랑, 여행 등 다양한 주제에 걸쳐 생기 있게 긴장과 이완을 번갈아가는 수전 손택의 말에서 여지없이 그만의 지성이 배어난다. 정갈하게 통제한 언어로 자기 노출을 삼가던 평소와 달리, 조금은 압력을 뺀 ‘사람 손택’의 진정한 모습을 보는 일이 즐겁다.이 인터뷰는 1978년 6월 파리에서, 다섯 달 뒤인 11월 뉴욕에서 모두 12시간에 걸쳐 이루어졌고, 그중 3분의 1만이 [롤링스톤] 1979년 10월 4일 자에 게재되었다. 인터뷰 전문이 공개된 것은 35년 만에 이 책을 통해서가 처음이다.
서문┃조너선 콧
수전 손택의 말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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