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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품격』에 실린 작가 7명은 조선시대, 특히 조선의 18세기 르네상스라고 칭해도 부족함이 없는 작가들의 글이 실렸다. 시가 아닌 산문이나 소품들이다. 작가의 변을 예로 든다. 이 책에 등장하는 허균, 이용휴,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 이옥, 정약용은 지금의 파워블로거 에 비유할 수 있다. 이들은 이전의 글과 달리 형식적으로는 짧은 길이의 개별적이고 작은 가치, 현실세계의 구체적 진실을 생생한 언어로 표현했다. 도시 취향의 삶과 의식, 여성과 평민 등 소외계층의 일상, 담배·음식·화해 등의 기호품까지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생동하는 삶의 모습을 담았다. 그리고 낡은 사유와 정서 대신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낯설고 새롭고 실험적인 창작을 감행했다. 그 문장의 참신함은 활력을 잃은 고문 중심의 문단에 변화의 파고를 높였다. 그렇기에 이 책에 실린 작품 50여 편 모두가 지금 보더라도 전위적이라고 할만큼 신선하고 기발하다. p6 7명의 작가들이 쓴 글 중에서 언저리만 짚어보겠다. 허균(許筠, 1569~1618)은 조선중기를 대표하는 문인의 한 사람이다.시대를 대표하는 뛰어난 시인이자 산문가로서, 또 최고의 감식안을 소유했다는 평을 받은 비평가로서, 그리고 국문소설《홍길동전》의 저자로서 조선시대의 대표적 문제 작가로 통한다. 그의 남다른 위상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시대적 한계를 탈피한 선각적 사상가였던 그는 시대와 불화를 겪다가 왕조에 반역한 죄목으로 처형당했다. 조선왕조가 사라질 때까지 그의 죄는 신원되지 못했다.p15 …내가 죄를 지어 바닷가로 거처를 옮긴 후부터는, 쌀겨나 싸라기조차 제대로 댈 형편이 못되었다. 밥상에 올라올 것이라곤 썩은 뱁장어와 비린내 풍기는 물고기, 쇠비름과 미나리에 불과했다. 그조차도 하루에 두 끼밖에 먹지 못하여 밤새 배속이 비어 있었다. 산해진미를 입에 물리도록 먹어서, 물리치고 손도 대지 않던 엣날의 먹거리를 떠올리고 언제나 입가에 침을 질질 흘리곤 했다. 이제는 아무리 다시 먹고 싶어도, 하늘에 사는 서왕모(西王母)의 천도 복숭아인양 아득히 멀게만 느껴진다. 내가 동방삭(東方朔)이 아니고 보니 무슨 수로 그 복숭아를 몰래 따겠는가? p25. -《屠門大嚼》중의 부분 중에서 선비의 글쓰기는 유가(儒家)의 삶과 잘 부합되는 것이 아니면 저서의 주제가 쉽지 않다. 그런 무언의 관례로 볼때,《도문대작》처럼 음식에 관한 내용을 전문적으로 저술하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거나 사치를 조장하는 좋지 못한 행위로 간주되기 쉽다. 하지만 그 저술이 지니는 가치를 중시했다. 이상은 음식을 주제로 한 가장 오래된 산문 이란 소제목이 붙었다.p27 이용휴(李用休, 1708~1782)는 18세기를 대표하는 문인이다. 본관은 여주(驪州)이고, 자(字)는 경명(景命), 호는 혜환(惠?)이다. 그의 집안은 정능(貞陵) 이씨로 불리는 남인의 명문가다. 저명한 학자인 성호(星湖) 이익(李瀷)의 조카이고, 정조 대의 저명한 학자인 이가환(李家煥)은 그의 아들이다. 이용휴는 벼슬하기를 포기한 채 일종의 전업 작가로 재야에서 한 평생을 보냈고, 문집으로는《탄만집》이 있다. 이용휴는 오랜 문학 전통을 묵수(墨守)하지 않고 해체하는 데 진력하여, 18세기 문학 변화의 최전선에 섰다. 그는 18세기 개성적 산문의 창작을 선도한 선구자다. 특히, 인생 중반 이후 원숙기에 들어섰을 때 실험적 시와 산문을 열정적으로 창작했다. p48 이 집은 이 사람이 사는 곳이다. 이 곳은 바로 이나라 이 고을 이 마을이고, 이 사람은 나이 젊고 식견이 높으며 고문(古文)을 좋아하는 기이한 선비이다. 만약 그를 찾으려거든 마땅히 이 글 속으로 들어와야 하리라!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쇠신이 뚫어지도록 대지를 두루 돌아다녀도 끝내 찾지 못하리라! -〈차거기(此居記)〉전문 p53 짧은 만큼 주제를 찾기가 쉽지 않으나 행간의 의미는 깊고도 유장하다. 그 깊은 의미는 아홉 번이나 쓰인 이(此) 자에 있다. 이(此) 자의 빈번한 사용은 그 반대어인 저(彼) 의 존재를 암시한다. 저(彼) 신분, 지위, 집안, 경제적 능력, 외모 등의 외면적인 것을 의미하는데, 저것을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당시 조선 사회의 관례다. 이용휴는 저것 이 아닌 이것 으로 사람을 보라고 말한다. p54 ...................................................... 『문장의 품격』에 언급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조선시대 유교의 틀 속에서 적자(嫡子)로서 인정을 받을 수 없었던 대부분의 서얼(庶孼)출신들이다.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없었기에 글로써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고자 했으므로 이에 전력투구했으며 다른 길은 없었다. 따라서 이들의 문장은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시선을 사로잡을만한 여력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1. 좋은 글귀, 마음에 드는 가사 인상 깊은 영화 대사 등을 메모해 주세요. 박학으로 칭송이 자자한 자가 있어 질문을 해보니 독 속에 들어앉아 별을 세는 꼴이었고, 사부(詞賦)와 고문(古文)을 잘 짓는다고 알려진 자가 있어 글을 뽑아 읽어보았더니 남의 글을 훔치고 흉내내는 꼴이었으며, 시문에 능하여 과장(科場)에서 기예를 뽐내는 자가 있어 구해다 감상해보니 모두 허수아비를 꾸며서 저잣거리에서 춤추게 하는 꼴이었다. -이옥의 〈祭文神文〉중에서 부분 p248
다른 글쓰기는 다른 삶을 만든다조선의 파워블로거 7인, 문장으로 세상을 뒤흔들다좋은 문장이란 무엇일까? 거창한 사회문제나 심오한 사상을 담아야 좋은 글, 품격 있는 글일까? 이 책에서는 마치 이 시대의 ‘파워블로거’처럼 형식과 내용의 제약에서 벗어나 일상에 대한 다채롭고 섬세한 글쓰기로 동시대의 삶을 움직였던 조선시대의 문장가 7인을 소개한다. 허균, 이용휴,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 이옥, 정약용은 낡은 사유와 정서를 담은 고문(古文) 대신 낯설고 새롭고 실험적인 문장에, 도시 취향의 삶과 의식, 여성과 평민 등 소외 계층의 일상, 담배·음식·화훼 등의 기호품까지 다양한 주제로 생동하는 삶의 모습을 담아냈다. 소셜네트워크와 블로그를 통해 짧은 글쓰기에 익숙한 우리에게 자유로운 형식으로 진솔하게 자신의 내면을 드러낸 이들의 문장은 큰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며 좋은 문장, 품격 있는 문장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머리말 일상을 담은 문장의 힘
1. 두려움 없는 저항의 목소리, 허균
1 통곡의 집 부조리에 대한 혁명적 선언
2 푸줏간 앞에서 입맛을 쩍쩍 다시다 음식을 주제로 한 가장 오래된 산문
3 비방꾼과의 대화 가상 인물과의 대화로 드러낸 소신
4 한가함의 열망 몸과 마음이 따로 가는 영혼을 위로하다
5 이런 집을 그려주오 문장으로 그려낸 꿈의 공간
6 이재영에게 보낸 척독 3제(題) 문단을 뒤흔든 짧고 가벼운 일상 글
2. 자기다운 삶을 찾는 글, 이용휴
1 미인의 얼굴 반쪽 짧은 비유로 음미하는 인생의 의미
2 이 사람의 집 ‘이’와 ‘저’ 사이 깊고 넓은 행간
3 살구나무 아래의 집 초라한 집을 빛내준 유머 넘치는 문장
4 외안(外眼)과 내안(內眼) 내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선
5 나 자신으로 돌아가자 자아 상실 시대의 자아 찾기
6 이제는 한가롭겠구려 감정을 절제한 제문 속 인생의 고단함
7 남을 따라 산다 처세에 대한 현명하고 명쾌한 답변
8 하루가 쌓여 열흘이 된다 식상하지 않게 교훈 말하기
9 살아 있는 벗을 위한 묘지명 있는 그대로의 삶을 그린 묘지명
3. 그 자체로 문체가 된 이름, 박지원
1 큰누님을 보내고 누구라도 눈물짓게 할 명문
2 석치 정철조 제문 그를 아는 이의 진정한 애도
3 형언도필첩서 날카로운 여운을 남긴 비평
4 말똥구리 시집 실상을 재구성하는 다양한 비유들
5 주공탑명 허황된 욕망에 대한 비판
6 하룻밤에 물을 아홉 번 건너다 마음을 고요히 가지는 것
7 영대정잉묵 척독 10제(題) 젊은 연암의 취향과 개성
4. 문단을 뒤흔든 낯선 문장, 이덕무
1 책벌레의 전기 책만 보는 바보의 자서전
2 나를 말한다 고독한 도시인의 그림자
3 서쪽 문설주에 쓰다 좌우명, 평생의 목표가 된 문장들
4 한가로움 한가로움의 근원을 밝히는 글
5 자(字)를 바꾸며 자신을 설명하는 가장 짧은 문장, 자(字)
6 칠십 리 눈길을 걷고 설경의 정겨운 묘사
7 척독소품 6제(題) 삶을 파고드는 핍진한 묘사
8 들에서 굶주리는 사람 태평성대 속 낙오자의 동병상련
9 섭구충 이야기 해학적이고 실험적인 문체
10 내게 어울리는 인생의 예찬 정제된 형식, 자유로운 영혼
5. 눈빛이 살아 있는 붓끝, 박제가
1 꽃에 미친 김군 벽(癖)에 대한 소신
2 시의 맛 시에 대한 ‘입맛론’ 비평
3 궁핍한 날의 벗 신분의 벽에 대한 울분
4 광인의 인생, 장인의 생애 농담과 익살이 담긴 제문
5 연암에게 32자로 남김없이 말하다
6. 자유로운 저잣거리의 본색, 이옥
1 심생의 사랑 금기를 넘은 사랑에 대한 낭만적 걸작
2 의협 기생 낮은 자리의 고귀한 정신
3 벙어리 신씨 일화를 통해 내면 드러내기
4 장터의 좀도둑 저잣거리 서민의 풍속
5 문학의 신에게 올리는 제문 불우한 문인의 영혼을 달래다
6 백운필(白雲筆) 을 왜 쓰는가 아주 사소한 글쓰기 주제
7 시장 단조로운 글쓰기에 실린 무료함
8 원통경 망상을 통해 현실을 폭로하다
7. 거장의 따뜻한 시선과 멋, 정약용
1 세검정 폭포 폭포수 같이 거센 호흡의 문장
2 죽란시사의 약속 나이와 취향이 같은 동인의 결성
3 소내 낚시꾼의 뱃집 문장으로 그린 이상적 생활공간
4 유인(幽人)이 사는 곳 묻혀 사는 이의 행복
5 혜장 스님의 병풍에 쓴다 유배지에서 노래한 산중 생활
6 장천용 다양한 일화로 드러낸 개인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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