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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페미니즘> /윤보라 외 111. 국내 페미니즘 책을 일부러 더 찾았습니다. 구매하고 아직 완독하지 못한 페미니즘 책(해외 도서)이 여전히 몇 권 있습니다만, 군 복무나 강남역 사건 등 한국에서 터져 나오는 쟁점을 짚은 책을 먼저 읽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몇 주 전 여성 징병제 청원 논쟁이 불거졌을 때 나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친오빠와 함께 카카오톡으로 생각을 정리해 주고받았는데, 그때 제 의견이 책 내용과 어느 정도 일치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제 문장이 훨씬 서툴고 논리 정연하지는 못했지만요..2. 이렇게 크게 갈증이 해소된 부분도 있었지만, 계속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부분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여덟 번째 꼭지가 그랬습니다. ‘여성 성노동 비범죄화, 안될 일인가?’ 의도된 구성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제 대답은 이어지는 아홉 번째 꼭지와 같았습니다. ‘안될 일이다’. 제 주관적인 생각을 짧게 덧붙이자면 그 목적은 동의하나 방법에는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비범죄화가 이루어졌을 때 가장 이득을 보는 쪽이 정말로 그 목적과 일치하는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주제는 참 흥미로워 가장 먼저 읽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책에는 찬반 입장을 모두 다루고 있어 생각을 정리해보기 좋았습니다..3. 가장 머리를 울렸던 부분은 마지막 장이었습니다. (‘진짜 페미니즘’을 찾아서- 타령을 도태시키고 다시 논쟁을 시작할 때) 실제로 다음카페 인기글에서 이런 댓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는 진짜 페미니즘은 없죠’. 그놈의 ‘진짜’ 타령. 그래서 댁이 아는 진짜 페미니즘이 뭔데요? 묻고 싶어도 그 대답마저 어쩐지 늘 여성 몫으로 느껴지곤 했습니다. 저는 앞 장의 내용을 되짚어 “같은 여성이라 해도 모두가 동일한 경험을 하진 않으며, 동일한 하나의 여성으로 규정될 수 없고, 따라서 그 안에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함은 당연하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한데 책 마지막에 이런 내용이 등장합니다.-진짜 타령에 더 이상 발목 잡혀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진짜 타령에 “페미니즘 안에 목소리가 얼마나 다양한데”로 응수해왔다. 맞는 말이지만, 그것으로는 힘을 가질 수 없다. … 우리는 훨씬 더 치열하게 ‘공동의 목표’를 찾기 위해 토론하고 논의하고 싸워야 한다.-생각해보지 못했던 내용이 던져진 채로 책이 끝났습니다. 덮고 나니 또다시 갈증이 돕니다. 이 부분은 이후 좀 더 많은 걸 보고 듣고 정리해가며 뒤 내용을 이어보고 싶은 욕심이 드네요..4. 책 내용보다 구성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주석을 함께 보기가 너무 불편합니다. 종이책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ebook은 아예 주석 읽기를 포기하게 되는 정도네요. 2장만 해도 35개의 주석이 나오는데 이를 보려면 일일이 그 장의 맨 뒷부분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잠>을 읽을 땐 주석 숫자를 누르면 설명으로 페이지가 이동하고, 다시 숫자를 누르면 읽던 곳으로 되돌아온 걸로 기억하는데 이 책은 어쩜 이리 불친절한지..
설치고, 떠들고, 생각하는 페미니즘의 쓸모를 말한다
불편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열두 가지 질문들

한국 사회에서 우리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본 주제들을 통해 지금 가장 민감한 이슈, 페미니즘을 톺아보는 책 그럼에도, 페미니즘 (은행나무 刊)이 출간되었다. 대중문화, 촛불 집회, 대선 주자 검증 등등, 페미니즘이 딴죽 걸지 않는 부분이 없어서 도대체 왜 번번이 여성혐오라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획된 책이다. 페미니즘은 도대체 무엇이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갖은 논란과 감정 소모로만 보이는 갈등을 빚어내는 것만 같은데도 왜 페미니즘이 필요하다는 것일까?

페미니즘이 등장하는 공간은 데이트 폭력으로 문제시되는 연인 간의 사적인 관계일 수도 있고, 성평등 이야기에 꼭 따라 붙는 군 복무 문제일 수도 있고, 임금 격차가 문제시되는 노동 현장일 수도 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공간은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돌아볼 수 있다. 이에 최근 페미니즘 열기의 연원이 된 메갈리아로부터 군대, 데이트 폭력, 섹스, 성매매, 노동, 속물론 등 우리 삶의 다양한 국면에서 페미니즘의 쓸모를 묻는다. 그 답은 여성학 연구자뿐 아니라, 경제학 교수, 신문기자, 정치인, 여성운동 활동가, 섹스 칼럼니스트, 대중문화 연구자 등 해당 분야 전문가 12인의 목소리로 묶었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익숙한 것들에 대해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의심하고 질문을 던지면 ‘코르셋’과 ‘맨박스’로부터 탈피한 새로운 인식의 세계가 펼쳐진다. 필자들은 모두 ‘페미니즘이 여성뿐 아니라 모두의 삶에 풍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학문이자 운동’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획의 말 | 경향신문 향이네

1 메갈리아의 ‘거울’이 비추는 몇 가지 질문들 | 윤보라
2 ‘여자도 군대 가라’? ? 군 복무와 성평등의 관계에 대하여 | 조서연
3 치정과 멜로, 그 경계에서 데이트 폭력을 묻다 | 김보화
4 남성 진보 논객과 담론 헤게모니 ? ‘청년 진보 논객’ 데이트 폭력 폭로에 부쳐 | 김홍미리
5 그럼에도, 페미니스트 정치 | 김은희
6 나는 섹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자’ | 은하선
7 여성을 사랑하는 나는 여성이 아닙니까? | 나영
8 성노동 비범죄화, 한국에서는 안 될 일인가? | 박이은실
9 성매매 비범죄화, 안 될 일이다 | 박은하
10 일하겠다, 그러니 돈ㆍ욕ㆍ매 앞에 평등을 허하라 | 홍태희
11 여성들은 왜 ‘속물’이 되어야 했나 | 엄혜진
12 ‘진짜 페미니즘’을 찾아서 ? 타령을 도태시키고 다시 논쟁을 시작할 때 | 손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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